영혼을 거두는 자 - 서부원정지의 디자인

영혼을 거두는 자 - 서부원정지의 디자인

"세상의 수많은 나라 중에서도 나를 가장 매혹시키는 곳은 서부원정지였다." - 데커드케인, 티리엘의 책 中

서부원정지도 한때는 활기차게 생동하는 도시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고딕풍의 건축물 여기저기 이상한 한기가 서려있고 얼마 남지 않은 생존자들은 코를 찌르는 악취에 고통 받고 있습니다.

영혼을 거두는 자가 출시되면 플레이어분들은 가장 먼저 서부원정지에서 모험을 시작합니다. 죽음의 천사 말티엘의 포위 공격을 받고 있는 음울하고 스산한 도시, 서부원정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디자인 팀의 제작 과정의 뒷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침탈받고 있는 서부원정지

서부원정지에 대한 이야기 중 빠지지 않는 것은 “저주받은 종말의 장소”입니다. 북적이던 서쪽의 군사도시 서부원정지에는 이제 폐허만 남았고, 웅장한 도시의 모습과 그 수 많은 시민들은 영혼을 약탈하는 말티엘의 하수인들에게 처참하게 유린되었습니다. 우아한 서유럽풍과 고딕풍의 건축양식을 자랑했던 서부원정지의 도시 경관은 지금 죽음의 천사와 그의 하수인들이 내뿜는 숨막히는 공포감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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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서부원정지의 외관이 단순히 갈색, 검은색, 회색 계열과 같이 단순한 색으로만 뒤덮여 있지는 않습니다. 이 지역의 색채를 구성할 때 다양한 색상을 검토하여 서부원정지의 분위기를 매우 어둡고 불길하게 표현해냈습니다. 이를 통해 말티엘과 하수인들로 인한 불안감은 여러분이 서부원정지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무겁게 느껴질 것입니다.


서부원정지의 지형

1800년대 영국의 고딕 부흥기 시절, 자갈이 뒤덮힌 길에 안개가 자욱한 런던의 모습을 아시나요? 빽빽이 밀집된 건물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거리와 그 사이에 산발적으로 끼어 허물어지려는 듯한 가게들, 그 사이사이를 거미줄처럼 제멋대로 뻗어있는 통로, 판자 지붕과 더러운 창틀 사이사이 보이는 썩어가는 빨랫줄, 그 위에 널려있는 갓 세탁한 옷들, 이루 말할 수 없는 전염병의 온상처럼 동물 배설물이 섞여 악취가 진동하는 흥건한 물구덩이와 방치된 시궁창의 버려진 쓰레기들... 이러한 모습을 말이죠.

서부원정지의 넓은 광장들과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탐험하실 여러분은 토막 살인자 잭(Jack the Ripper)이나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의 이야기의 배경에 딱 들어맞는 이 불길한 분위기를 느껴보게 될 겁니다. 영혼을 거두는 자 개발에 참여한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들은 말티엘의 존재를 알릴만한 죽음과 파멸의 흔적을 표현하고자, 청록빛 안개로 도시를 가득 메우고 거리에는 이제 막 영혼이 거둬진 시체들을 즐비하게 배치하였습니다. 서부원정지에 희망이 사라지고 종말이 온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지역 곳곳에 산산이 박살난 방벽과 보급품을 수송하던 수레, 뾰족한 가시를 세운 봉쇄선 등 망가지고 잔해만 남은 실패한 방어전의 흔적을 더했고, 도시민들이 있던 자리에는 섬뜩한 살육의 흔적들을 남겨놓았습니다.

Westmarch%20Chapel%204_thumb.jpgWestmarch%20Walk-Up_thumb1.jpgWestmarch%20Street%201_thumb1.jpg Westmarch%20Corpse%20Blanket_thumb1.jpg

여러분을 환영하는 죽음에 맞서는 이들

게임에서 고딕풍 경관은 위에 열거한 곳에만 그치지 않는데요. 서부원정지의 중심에 위치한 생존자의 피신처는 장인들을 만나고 다양한 퀘스트를 획득할 수 있는 곳으로, 말티엘의 세력으로부터 피난처를 삼은 안전한 지역으로 디자인되었으며, 네팔렘 또한 마찬가지로 휴식을 취하고 재정비할 수 있는 위치입니다.

서부원정지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의 대성당 광장은 실제로 스페인의 톨레도의 한 장소를 본떠서 디자인했습니다. 이는 13세기에 세워진 빽빽한 도시 지역으로, 높이 뻗어있는 탑들로부터 보호받는 거대한 회랑은 안전한 피난처로 보이기에 적합했습니다.

 Cathedral%20of%20Toledo_thumb.jpg Toledo%20Spain_1_thumb.jpgAct_V_Door_01_thumb.jpgAct_V_Hub_01_thumb.jpgAct_V_Outside_Hub_01_thumb.jpg

이벤트 설계

마을 밖으로 나가면 무작위로 생성되어 출입할 수 있는 “지하실”을 힘들지 않게 찾아 들어가볼 수 있습니다. 지하실이라는 명칭은 1막의 구 트리스트럼에 흩어져 있던 단칸방 공간의 명칭을 가져온 것입니다.

영혼을 거두는 자에서는 지하실의 “단칸방 이벤트”의 개념을 한 단계 확장시켜 단순한 이벤트보다 소규모 던전의 개념으로 개발했습니다. 아티스트 가운 데 한명인 요하네스 써(Johannes Thé)는 다른 형식의 여러 방을 서로 연결시킬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하여 디자이너들이 몰입감 넘치는 게임플레이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기여했습니다.

이는 조그만 집에서 시작해서 마당으로 나가, 길을 따라가다 보면 골목을 지나 더 큰 집에 이르게 되는 방식인데요. 이를 통해 더욱 흥미롭게 이야기가 전달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러분이 마치 서부원정지를 실제로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서부원정지에 곳곳에 존재하는 지하실은 약 30가지로 다른 어느 지역보다 많습니다. 각 지하실은 도시의 역사와 시민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여러분께 제공합니다.(물론 다양한 전리품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도 말이죠!)


역경을 헤치고 별을 향하여: 디자인 작업의 난관

그러나 서부원정지를 디자인하는 것은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가지 분위기를 만들 때 디아블로 III에 사용되는 카메라 시스템으로 흥미로운 장애물을 재빨리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저희의 수석 레벨 디자이너 데이브 아담스가 이를 해결할 실마리를 제시했습니다.

"우리가 시가지의 이미지를 떠올릴 때, 비록 오래된 곳일지라도 보통 높은 건물들이 밀집해서 들어선 장소들이 생각나게 마련입니다. 저희는 그런 분위기를 원했지만, 건물들로 플레이어 전면을 가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면 잠깐씩 플레이어의 시야를 상당히 어지럽히고, 게임 플레이 경험을 훼손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이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은 무엇이었을까요? 서부원정지의 건물들을 일반적인 카메라 시점에서 바라보는 길의 반대쪽에 배치하여 건물이 시야를 가리는 현상을 줄였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전경을 어지럽히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붕도 시점에서 최대한 멀리 배치했습니다. 

Westmarch%20Rooftop%201_thumb.jpgWestmarch%20Rooftop%202_thumb.jpgSurvivor

이 결과 플레이어가 실제 도심지 한복판을 지나는 듯한 느낌을 낼 수 있었습니다.


모험이 시작됩니다

개발 과정에서 서부원정지는 저희가 탐색하고, 디자인하고, 구현해나가는데 도전이란 기쁨을 선사해주었습니다. 저희는 이 지역을 단지 영혼을 거두는 자의 진행 장소로만 만들기 보단, 이곳이 여러분에게 전설적인 장소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작은 속삭임이 들리는 듯한 곳으로 만들고, 이 가상의 공간에 숨을 불어넣고 싶었습니다. 아티스트와 디자이너의 열정을 모두 쏟아내어, 살아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왔습니다. 말티엘의 진군하는 군대에 파괴될 그런 곳으로 말이죠..  

자갈이 깔린 모퉁이 길 주변에서 불쑥 튀어나올지도 모르는 공포를 맞이할 준비가 되셨나요? 네팔렘 여러분 어서 준비하세요! 죽음이 여러분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