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아이템 설계하기 - 6편: 무기 텍스쳐, 모델, 채색

전설 아이템 설계하기 - 6편: 무기 텍스쳐, 모델, 채색

전설 아이템 설계하기에 대한 게시물들이 안내될 때, 커뮤니티 여러분이 빈번히 말씀해주셨던 내용 중 하나는 디아블로 III의 시각적 설계 과정에 대한 뒷이야기가 듣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템 외관 제작에는 어떤 작업들이 필요한지, 보통 얼마나 걸리는지, 아이템의 미술 작업은 한 명이 하는지 아니면 다수가 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들이 그것이죠.

그래서 전설 아이템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거쳐가는 시각적 설계 과정을 아래에 소개합니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의 시각적 설계를 담당하는 애런 게인즈(Aaron Gaines)와의 Q&A도 준비했습니다. 자 그럼 읽어보실까요? 


 컨셉 아트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전설 아이템이 되기까지

첫 컨셉 아트와 함께 이 모든 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커뮤니티 여러분이 전설 아이템 설계하기 프로젝트에서 메피스토 테마의 한손 도검을 선택했다는 것을 알고, 애런은 포토샵을 이용해 초벌 그림을 스케치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과정은 반복이죠. 첫 컨셉 아트가 완성한 후에, 애런은 두 번째 컨셉 아트를 포토샵을 이용해 제작합니다. 이 일러스트는 최종 컨셉 아트로 사용될 것이고, 궁극적으로 게임 내 모델링 작업을 위한 외형적 토대가 됩니다. 이 작품을 스케치하기 전, 애런은 커뮤니티로부터 온 피드백을 확인하여, 플레이어분들의 제안에 따라 컨셉 아트의 디자인을 수정합니다.

애런이 최종 컨셉 아트를 만들어 내면, zBrush를 사용해 2D 일러스트를 고 폴리곤의 3D 모델로 제작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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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Brush에서 고 폴리곤 모델링 작업을 완료하면, 애런은 Maya를 사용해 저 폴리곤 모델을 제작합니다. 그런 다음 세밀한 부분을 더하면서도 해당 아이템의 저 폴리곤 버전이 게임에 어울리게끔 검의 고 폴리곤 텍스쳐를 저 폴리곤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아래 이미지 중, 원본에서 좌측에 있는 이미지가 원본 저 폴리곤 모델이며, 우측에 있는 이미지는 고 폴리곤 텍스쳐를 적용한 저 폴리곤 모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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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애런은 포토샵을 통한 채색 작업을 준비하기 위해 3D 모델의 "포장을 풀어"내었습니다. 

3D 그래픽 작업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설명을 드리자면, 모델 주변을 특정 텍스쳐로 포장하는 것은 맵핑 코디네이트(종종 UVW 코디네이트라고 불림)에 의해 결정됩니다. 포장 풀기(Unwrapping)는 텍스쳐 채색을 진행할 수 있도록 이러한 코디네이트들을 평탄하게 펼쳐놓는 과정이죠. 이 작업을 간단히 비유하자면, 묶여있는 상자를 원래 접힌 모양대로 풀어내거나 지구의 구체를 2차원 지도에 펼쳐내는 것과 같이 입체적인 3D 모델을 평면 형태로 펼쳐놓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포장 풀기는 매우 중요한 단계인데, 이 과정을 통해 왜곡을 최소화하고 경계선(또는 눈에 드러나는 접힌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아티스트가 UWV 코디네이트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왜곡이 적을수록 경계선이 더 많이 생겨나는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균형이 정말 중요합니다. 다행스럽게도 담당 아티스트 애런은 포장 풀기 과정이 완료되고도 경계선을 3D 채색으로 가릴 수 있었습니다. (아무나 하는 건 아니라고 하네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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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 채색이 완료되어, 여기까지 진행된 작업이 개발팀의 선임 테크니컬 아티스트인 질 해링턴(Jill Harrington)에게 넘어갔습니다. 질은 아래 스크린샷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멋지게 연기가 피어 오르고 뇌전이 일렁이는 효과를 추가하는 부분을(그리고 여러분의 영웅이 요란하게 움직일 때 보여지는 모든 애니메이션 효과를 적절하게 만들어 내는 부분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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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컨셉 아트에서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까지 시각적으로 전설 아이템이 되는 모습을 살펴봤는데요, 아래는 시각적 설계와 관련된 Q&A 내용이니 궁금하신 분들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시각적 설계 과정 담당자 애런 게인즈와의 Q&A

디아블로 III의 아이템 제작 과정에 대에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특별한 질의응답 시간을 준비해보았습니다! 3D 캐릭터 아티스트인 애런 게인즈(Aaron Gaines)와 “전설 아이템 설계하기” 프로젝트에 대해 질문을 하고 답변을 얻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Q. 자신과 자신이 맡은 직무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디아블로 III의 개발과정에서 3D 캐릭터 아티스트는 어떠한 역할을 맡고 있나요?

디아블로 III의 3D 캐릭터 아티스트는 다양한 요소를 함유해야만 하는 키메라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영웅, 괴물, 우두머리 괴물, NPC, 아이템, 무기, 방어구 디자인이 핵심 업무입니다. 컨셉 디자인을 직접하는 아티스트도 있고, 리깅(rigging) 특수효과(sfx), 스크립트(scripting) 작업을 직접하는 아티스트도 있습니다. 저는 무기 디자인 및 제작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Q. 디아블로 III 개발팀에 아이템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캐릭터 아티스트가 몇 명이나 되나요? 누가 어느 무기 디자인을 맡게 되는지는 어떻게 결정하나요?

팀에 총 6명의 캐릭터 아티스트가 근무하고 있는데요, 각자의 독특한 스타일과 개성이 디자인에 나타납니다. 탁월한 근무환경이라 생각합니다. 서로에게서 배울 것도 많고 필요할 때에는 서로 돕기도 하며 서로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협력합니다. 개발 과정에 필요한 그래픽 제작 요청이 캐릭터 개발 부서에 주어지면 우선적으로 해당 업무를 담당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는지 지원을 먼저 받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작업목록에 추가하여 서로간에 역할분담을 할 수도 있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아티스트에게 맡기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꼭 맡고 싶은 캐릭터는 자신이 맡을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Q. 디아블로 III의 아이템들을 처음 제작할 때엔 어디서부터 어떤 식으로 시작했었는지 알려주세요. 

디아블로 III의 무기만이 소유한 그 독특한 느낌에 대해서는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 느낌이 좋고, 무기 디자인이 즐겁습니다. 오래 전, 저희 팀에서는 이러한 “디아블로 느낌”을 염두에 두고 개략적인 디자인 내부지침을 둔 적이 있었습니다. 담당 아티스트에게 느낌을 구현하라는 지침은 부담스러우니까 비교적 구체적인 방향과 이해를 돕기 위한 지침이었습니다. 제가 특별히 신경 써야 했던 지침은 현실적인 디자인을 하되, 환상적인 요소를 최대한 살려내라는 부분이었습니다. "현실적 판타지”(Low Fantasy)로 지칭했던 디자인 컨셉이었는데, 그 반대 개념인 “하이 판타지”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세계관과 디자인 컨셉에 채택된 것이었죠. 한눈에 알아보기 쉬운 물질과 테마, 윤곽이 뚜렷하고 인상적인 실루엣은 3인칭 시점 카메라 구도에 필수적인 요소들입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사용된 디자인 언어는 먼저 방대한 규모와 중량감, 굵은 선 등으로 정의되었고, 아제로스의 다양한 모험에 말할 필요도 없이 잘 어울리는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디아블로 III의 경우에는 그보다 톤을 조금 낮추고 동시에 블리자드 특유의 규모감과 에픽한 느낌을 살려내는데 노력했습니다. 쉬운 작업은 아니지만, 제게 너무 소중하고 즐거운 일이기도 합니다..

Q. 시각적 디자인 과정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게임 속 아이템 디자인 경험이 전혀 없는 분들은 구상한 어느 아이템이 실제로 구현되기까지 중간과정에 많은 관심이 있을 것 같습니다.

게임 디자인 과정이라면 대부분 그러겠지만, 처음 계획한 그대로 진행되는 디자인은 거의 없습니다. (웃음) 처음 디자인 담당자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재미난 부가설명 등을 통해 일부 구체화된 태에서 시작하거나, “지금 당장 새로운 도검 6자루가 필요해!” 라며 연락이 올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되었던, 우선적으로 컨셉을 담당할 아티스트를 정하고 구체화시킨 후에 디자인 절차를 하나씩 거치게 됩니다.

가장 이상적인 경우, 디자인 팀에서 아이템에 사용될 자산이 필요하게 되면, 컨셉 팀에서 우선적으로 대강의 밑그림을 준비하여 서로 토의하고 최상의 아이디어를 모아 보다 완성도 높은 밑그림을 제시합니다. 그 이후에는 캐릭터 아티스트가 밑그림을 토대로 모델을 제작하고 색을 입힌 후, 툴을 사용해 게임 속 콘텐츠로 추가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 다음 단계가 핵심인데요, 추가한 콘텐츠를 기념하기 위해 파티하며 케잌을 자르고 축하하는 뒷풀이가 필요합니다. -0-;

Q. 아이템이 처음 컨셉으로 태어나 게임 속 아이템으로 적용되기까지, 전체가 아니더라도 캐릭터 아티스트가 맡는 시각적 요소가 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나요?

전설 아이템은 대개 일반 아이템보다 소요되는 시간이 많을 수 밖에 없는데요, 그 이유는 전설 아이템은 그만큼 매력적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컨셉 구상에 하루에서 이틀, 제작과 구현에 하루에서 사흘까지 소요됩니다. 투구와 어깨 보호대에 소요되는 시간이 비교적 많은 편인데, 직업과 성별로 적절한 착용 구성을 수작업으로 맞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넉넉잡아서 일주일이라고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아이템은 단일 프로젝트가 아닌 보다 포괄적인 프로젝트의 일부로 진행되기 때문에 제작 소요기간을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습니다.

Q. 지금까지 “전설 아이템 설계하기” 프로젝트를 통해 메피스토 테마의 한손 도검을 제작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매우 신나고 기대되는 되는 일인데요. 커뮤니티의 희망사항 등 다양한 의견과 정보가 주어졌는데, 그런 내용을 토대로 하여 디자인적 언어로 재해석한 과정은 어땠나요?

먼저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죠. 저도 메피스토의 광팬이거든요. 알고보니 메피스토 좋아하시는 분이 많아 잘 된 것 같았습니다. 메피스토의 컨셉을 시각적으로 소화하고 표현하고, 커뮤니티 여러분이 남겨주신 인상적인 제안 사항들을 고려한 작업을 이후 진행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결과물에 매우 만족합니다.

Q. 이번에 디자인한 무기에 가장 만족스러운 요소가 있다면?

사악함이 묻어나는 도검의 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치아교정이 필요할 것 같은 뱀상어의 아가리가 연상되어 섬찟한 느낌을 줍니다.

Q. 무기 디자인에서 가장 고민했던 요소가 있다면?

도검의 상징성을 부각시키면서 동시에 지나치게 산만하게 디자인되지 않게 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도검의 외양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러 요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도검을 볼 때 초점이 맞춰져야 할 요소와 부차적인 요소 간의 균형을 적절히 조율하여 도검의 외형이 너무 요란하거나 우스꽝스럽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Q. 장차 그래픽 아티스트가 될 포부를 가진 게이머에게 남기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제가 드릴 수 있는 최선의 충고는 절대로 자신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믿으라는 것과, 영감을 줄만한 자극과 자료를 쉬지 말고 접하라는 충고입니다. 외계인이 아닌 이상 하루아침에 디자인의 마에스트로가 될 수도 없는 것이고, 꾸준한 노력과 연습을 통해 실력을 쌓게 되는 것이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언제 마무리하고 손을 떼어야 할 지를 알아야 합니다. 마무리하고 다시 보면 작업이 필요한 세부 사항이 더 보입니다. 하지만 적정 수준에서 손을 떼야 다음 경험이 쌓이는 것이니 마무리할 적절한 시기를 알아야 합니다.